개발공부/개발하다_발견함

컨플루언스 써보고 싶었다

맙소사 2022. 9. 2. 16:51

결론부터 말하자면 일단 힘겹게 목적을 달성하긴 했음

 

이번에 신규 구축 프로젝트를 맡게 됐는데, 그간 항상 기존에 존재하는 프로젝트에 새 패키지 붙여서 만드는게 전부인데다 먼저 들어온 동료들에게 물어봐도 돌아오는 대답이 "몰라요" 뿐이라 더 깊게 알아볼 생각을 안 했다가 발등에 불이 떨어지고 말았다. 그 불이 무엇인고, 하니... 형상관리도구에 관한 일이었는데 불씨에 이어 낙뢰까지 떨어짐. 

 

"사내 개발서버 형상관리 관련 지식을 가진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정리된 문서가 한 글자도 없다."

관리자 아이디를 모른다구요?

진짜다. 이게 나는 ... 있을 수 있는 일인가? 했는데 내가 겪는 중이다. 진짜 흥미진진하다. 3년 전에 다른 직군 인턴으로 근무할때도 업무 시스템 문서화가 안 되어있어서 계약기간 끝나기 전에 '자네가 없어도 누구나 일 할 수 있게 문서화를 하고 가게.'라는 오더를 받들어 열심히 문서를 만들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피어오르고... 어딜가나 문서화는 중요하구나 다시 한번 느꼈다.

 

사실 나는 이 회사에 근무한지 일년이 됐는데 내 svn 아이디가 없다. 우리 회사는 심지어 커밋 메시지 규칙도 없다. 규칙이 없어서 메시지도 없다. 커밋 내역을 봐도 누가 뭘 한 건지 알 수가 없고 그냥 파일이 수정됐는지만 확인하는 용도가 끝이라는 뜻임. 다들 svn을 살짝 외장하드 느낌으로 사용중이었던거라... 이걸 ...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일단 당장 신규 구축 플젝을 svn에 올려서 부장님께 전달을 해야했다. 근데 회사 프로젝트 svn 경로가 전부 다 비슷비슷한 루트에 있어서, 아 대충 이 경로 최고루트로 넘어가면 접속이 되겠구나! 하고 TortoiseSVN을 설치해서 접속하려고 시도를 했는데(이게 맞는건지도 모르고 그냥 무턱대고 했음)

 

포트번호가 붙은 쪽으로 레포가 이동됐다는 안내를 해준다.
그래서 포트번호 붙여서 들어갔더니 html이 탐지된다고 뜬다.

html... html이라... svn을 잘 다루지도 않고 체크아웃 커밋 업데이트밖에 안 해봤기 때문에 에러 메시지로 추리할 수 밖에 없었다. html이라면 그냥 웹사이트로도 접속이 되지 않을까? 

크롬 주소창에 한번 때려넣어볼까?

진짜 놀랍게도 뭔가 떴음. 로그인 해야 하는 화면인데 ,,, 로그인을 할 수가 없었어 ... 난 ... 앞서 말했다시피 svn아이디도 못 받은 사람이기 때문임. 정규직인데도요... 이게 무슨 화면인지 동료한테 궁금해서 물어봤더니 그냥 클라우드처럼 쓴다고 하셔서 정확히 어떤 녀석인지 구글링을 해봄.

 

갖고싶다

저걸 보자마자 바로 생각이 났다. 일전에 전기점검 후 네모난 녀석의 버튼을 누르라는 명령을 받았을 때의 기억이 아릿하게 스쳐지나가며 이게 그거구나! 했음. (관련 내용이 담긴 일기는 이쪽 > https://better-9.tistory.com/189 )

 

그런데 이걸 알면 뭐함. 아이디를 몰라서 로그인을 못하는데... 서성서성 하다가 동료에게 아이디를 빌려서 로그인 했는데 아무래도 일반 유저 아이디인것 같아서 관리자 아이디를 문의했다. 모른다고 했다. 그래서 부장님께 여쭤봤다. n년전 퇴사하신분이 알고 계신다고 했다. 공손하게 연락을 부탁드렸고, 관리자 아이디를 얻었다! 와!!! 부장님이 문서 정리를 해야 하는데... 하시며 말끝을 흐리셔서 그냥 제가 하겠습니다 하고 외쳤다. 겸사겸사 지식도 함께 정리할 기회가 왔다!

 

관리자 아이디로 들어가니까 확실히 일반 유저랑 보이는 메뉴 개수가 달랐다. 화면에 시스템 상태 그래프도 보이고... 후후... 입사 1년따리가 최고관리자 아이디에 접근할 권한을 얻다니. 나는 권력자가 됐다. (이런 유쾌한 생각이라도 하지 않으면 도저히 견딜 수 없었음) 차근차근 svn에 접근해서 새로 레포지토리를 생성하고, 드디어 내 전용 svn 아이디도 만들었다.

 

내 작고 귀여운 아이디...

그래서 프로젝트를 올렸는데, 진짜 대충격사건이 벌어졌고 이건 다음에 이야기 하겠음... 이야기의 시작은 컨플루언스였는데 왜이렇게 다른길로 새지... 그래서 위의 사건과, svn관련 문서와, 우리 회사 개발서버어쩌구 친구들을 문서로 정리하려고 했는데 전부 다 한글문서에 흩어져 있어서 이걸 하나로 묶어두고 싶었음. 여기서 문서 작성 툴을 고민했다.

 

한글 작성이 편리함, 오프라인도 볼 수 있음
구글 엑셀시트 표를 활용한 작성만 편리함
노션 다양한 툴을 사용할 수 있지만 회사 사람들이 안 씀
컨플루언스 노션과 비슷

 

회사에 있는 일부 개발가이드 문서들이 한글로 작성되어 있어서 한글을 고민했는데, 한글은 업데이트와 현행화가 바로바로 공유되기 힘들고, 서로 소통이 적은 우리 회사 특성상 한번에 업데이트가 공유되는 페이지를 쓰면 좋을 것 같았음. 소통을 늘리면 되지 않냐고요? 제가 1년 간 정말 다양한 행동을 취했는데 개선이 안 됨. 그래서 툴을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나는 문서 정리할 때 표 활용하는걸 너무너무 좋아해서 구글 엑셀시트를 진짜 좋아하는데(심지어 동기화도 되고 실시간 반영도 됨), 개발가이드 관련 내용을 작성하다보니 표를 제외한 작성이 상당히 많고, 이걸 내용마다 시트를 개조해서 새 페이지를 만들자니 다소 까다로운 부분이 있어서(그리고 엑셀로 공유하면 다들 별로 안 내켜할 것 같은 분위기였음) 다음으로는 노션을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 회사는 노션을 전혀 안 쓰고, 노션 n명 이상은 유료였던 것 같아서 친구네 회사에서 사용한다는 컨플루언스를 검색해봤는데 이거 10명 이하는 무료더라구요? 우리 개발팀? 영업과 디자이너를 포함해도 고작 6명임! 무료로 쭉 써도 괜찮을 것 같아서 컨플루언스를 냅다 시작했음. 구글로 간편하게 로그인을 하고 도메인을 입력할 차례였는데, 아무래도 회사 사람들이랑 같이 회사에서 쓸거니까 회사 이름으로 주소를 썼다. 그런데 중복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이 때 멈췄어야 했음). 그래서 그냥 회사 이름을 뒤집어서 작성하고 가입이 완료됨.

 

근데 ... 아무리 살펴봐도... 이거 ... 이거 ... 공용 url이 아닌 것 같은거임? 부장님 지메일을 얻어서 일단 초대해두고 차근차근 스페이스 생성하고 내용을 적으려고 봤는데 url이 계속... 너무너무 신경이 쓰이는것임... 알고보니까 이건 개인용 url이고, 공동공간은 별도로 스페이스를 생성하면 되는 거였는데 컨플루언스에 대해 1도 찾아보지 않고 냅다 대가리 부딪혀가며 써봐야지 했던 나는 바보같이 뒤집힌 회사이름 url을 내 개인 url로 갖게 되어버린거임 !!!!!!!! 아니 !!!!!

 

이 때 부터, 무려 n년 전 네이버 블로그 한창 꾸밀 때 처럼 컨플루언스 설정에서 한참을 헤맸다. 설명서를 먼저 보기보단 일단 조립부터 시작하는 타입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url 수정 기능 정도는 제공할 것 같아서 정말 샅샅이 뒤졌다. 적어도 한 번은 바꾸게 해주겠지... 제발요...

맞춤법 상 샅샅이가 옳은 표현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n분 뒤... 용케 찾아내긴 했다. 그게 바로 이 게시글의 최상단, 당신을 맞이한 캡쳐 속 화면. 제품 URL 업데이트 화면인 것임. 그런데 막 찾았을 당시엔, 내가 무료 버전이었기 때문에 해당 버튼이 비활성화 되어있어서 아무리 애타게 클릭해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이쯤되니 진짜 억울해서 컨플루언스 탈퇴까지 검색해봄. 그리고 후회했다. 그냥 대충 있는 문화 따라서 한글에다가 정리할걸 나는 왜 새걸 하겠다고 괜히 나댄걸까... 물론 당연히 내가 능숙해진 다음에 공유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고작 url이 마음에 안 들어서 정말 쓸데없는 생각이 주렁주렁 열릴 때 쯤, standard 이상 버전에서 변경이 가능하다는 도움말을 봤다. 그래서 구독 결제 화면으로 넘어가며... '굳이 여기에 결제까지 해서 url을 바꿀 필요가 있을까?' 했는데 다행히도 14일 무료 체험 기간을 제공해주길래, 냅다 신청하고 바로 바꿨다. 심지어 이 친구들은 굳이 결제수단을 입력하지 않아도 이용이 가능한 개대박멋쟁이들이었음.

 

그렇다고 하네요

이 힘든 여정을 거쳐서, 우리 회사에 컨플루언스가 도입됐냐고 물으신다면 애석하게도 대답은 NO입니다. 고객사 정보를 온라인에 게시했다가 괜히 큰 일이 생길 것 같은 불안함에 침범당해 그냥 얌전히 한글로 정리를 했다는 후문... 컨플루언스는 나중에 토이플젝 다른거 하게 되면 그 때 써보려고 한다.

 

끝.